그 때 그 시절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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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7.0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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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겨울’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눈 덮인 한강? 꽁꽁 얼어붙은 한강? 눈과 얼음은 겨울 하면 바로 생각나는 것들이지만 요즘의 한강엔 눈이 덮이거나 얼음이 어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불과 2,30년 전만 해도 한강의 겨울은 지금과 사뭇 달랐습니다.

일단 가장 큰 차이는 결빙입니다. 옛날의 한강은 겨울마다 꼬박꼬박 얼었습니다. 얼음이 얼면 한강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들만 한숨 쉴 뿐, 아이들을 포함 많은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바로 좋은 놀이터가 되기 때문입니다.

 

 

<사진. 1977. 한강변 스케이트장 풍경>

 

 

아이들의 좋은 놀이터였던 겨울 한강

 

 

<사진. 1964. 한강에서 얼음낚시를 하고 있는 어부>

 

지금은 상상할 수 없지만 한강은 서울을 대표하는 스케이트장이었습니다. 곳곳마다 스케이트장이 개설됐고, 5,60년대에는 한강에서 동계 체육대회가 열렸습니다. 오뎅과 떡볶이, 핫도그가 빙판의 주식이었고 ‘날 갈아요~’라고 외치는 스케이트 아저씨가 있었습니다.

얼음이 얼어도 한강이 삶의 현장인 건 변함없었습니다. 어부들은 3~50cm나 되는 두꺼운 얼음을 깨고 얼음낚시를 했습니다. 요즘의 얼음낚시는 취미가 많지만 당시만 해도 대부분 고기를 잡으며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했습니다. 사진만 봐도 삶의 고단함이 물씬 풍겨져 나옵니다.

 

 

<사진. 1957. 강추위로 꽁꽁 언 한강에서 제빙작업에 한창이다.>

 

어부에겐 두꺼운 얼음이 방해물이었지만 얼음으로 먹고 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해방 직후만 해도 서빙고, 옥수동의 얼음 창고에 한강의 얼음을 보관했다 한여름 서울 시민의 더위를 씻어주곤 했습니다. 두꺼운 얼음을 깨고 썰어서 운반하는 게 이들 얼음 장수들의 겨울 일과였습니다. 하지만 냉장고가 보급되고 새로운 제빙술이 도입되며 한강에서의 천연빙 채취는 자취를 감췄습니다. 얼음이 얼지 않는 것도 이유였습니다.

 

 

따뜻해진 한강, 더 이상의 결빙은 없다

 

그렇다면 이렇게 한강이 결빙되지 않는 이유는 무얼까요. 전문가들은 원인을 세 가지로 꼽습니다. 첫 번째는 지구온난화입니다. 1902년 이후 매년 얼었던 한강은 64년 들어 처음으로 스케이트장이 개설되지 못했습니다. 이후 그 횟수가 늘었고 최근 한강에서 얼음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두 번째는 한강의 개발 때문입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 맞춰 한강 종합 개발이 이뤄진 후 유량은 늘고 유속은 빨라졌습니다. 마지막 이유는 한강물의 오염 때문입니다. 최근엔 많이 개선됐지만 70년대만 하더라도 많은 공장이 앞 다투어 한강에 폐수를 버렸습니다.

하지만 변한 것만 있는 건 아닙니다. 예나 지금이나 겨울철 한강에선 많은 철새를 볼 수 있습니다. 한강은 200여 종의 새를 볼 수 있는 겨울 철새의 보고입니다. 오리와 기러기로 대표되는 수조류의 주요 월동지일 뿐 아니라 이동 철새의 기착지로 애용되고 있습니다. 서울의 겨울 철새 탐조코스는 모두 네 군데입니다. 광나루한강공원-암사생태공원 구간에선 큰기러기와 쇠오리, 원추리를 볼 수 있고 밤섬-여의도한강공원에서는 흰꼬리수리, 민물가마우지를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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