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 고장난 인구변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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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8.29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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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대책기획단장
 
여성 1명당 평생 낳을 평균 자녀수로 측정되는 합계출산율은 1960년 6.0명에서 불과 20여년만인 1983년에 처음으로 인구대체수준(인구 규모와 구조가 장기적으로 안정되기 위한 합계출산율 2.1명을 의미한다) 미만으로 떨어졌다.

 

그러한 감소세는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 사이에 다소 멈추는 듯 했으나 1995년부터 다시 시작됐다. 그렇게 출산율은 계속 떨어졌으나 인구는 계속 성장했다. 1960년 2500만 명에서 1984년에 4000만 명으로 증가했으며 2012년에는 5000만 명 시대에 진입했다.

 

요컨대, 출산율이 인구대체수준 미만으로 빠르게 감소했을지라도 과거 다출산한 인구들이 가임연령층과 노동층을 두텁게 형성한 덕택에 연간 출생아수는 2000년까지 60~70만 명 수준을 유지했고전체 인구 중 생산가능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하면서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 인구배당효과(demographic dividend)가 지속됐다.

 

그야말로 과거 인구성장은 산업화와 현대화에 밑거름이 되어 오늘날까지 풍요로운 성장 시기를 누리게 한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산업사회로 진입하면서 도시화, 고학력화, 남성일인생계부양자모델에서 이인생계부양자모델로의 가족형태 전환, 평생직장에서 비정규직과 명예퇴직 등 고용불안정 등이 급격하게 이뤄졌으나 사회구조와 문화는 더디게 변화함으로써 전통과 현대상이 심하게 충돌하게 되었다.

 

그 산물로서 ‘돌봄 위기’가 나타나고 자녀양육의 고비용구조가 형성되고 일과 가정이 양립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 결국 전통적으로 행복과 안정을 상징하는 ‘결혼’과 ‘출산’이라는 행위는 개인에게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으로 작동하며 그로 인하여 결혼을 포기하거나 ‘자녀의 양’ 보다 ‘자녀의 질’을 추구해 자녀수를 줄이고 심지어는 무자녀를 선택하기도 한다. 

 

그 결과, 합계출산율은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빠르게 감소하기 시작해 초저출산사회로 진입하게 되었다. 합계출산율이 1998년에 처음으로 1.5명 이하로 낮아졌으며 2005년에는 1.08명까지 떨어졌다.

 

실로 우리나라 출산율은 1983년 인구대체수준 미만으로 떨어진 이래 3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그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한 채 저출산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더욱이 합계출산율은 2001년에 1.3명 미만으로 낮아진 이래 그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채 1.2명 내외에서 불규칙하게 변동하는 초저출산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한국사회는 이미 ‘저출산의 덫’에 빠져 획기적인 계기 없이는 더 이상 출산율이 반등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왜냐하면, 루츠(Lutz)가 제시한 바와 같이 가임여성인구가 감소하고, 이상자녀수가 감소하고, 젊은 세대들 사이에 야망이 사라져 결혼과 출산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지는 ‘저출산의 덫’의 가설(hypothesis of low fertility trap)들이 우리 현실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합계출산율이 1.2 내외 수준에서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이미 적게 태어난 인구가 가임기에 진입하는 영향으로 가임여성인구가 빠르게 감소해 출생아수가 2011년 55만 명에서 2015년 43만 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최근에는 2016년 출생아수가 자칫 30만 명대로 더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부모세대인 1980년대 중반에 태어난 약 65만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계속적인 출생아수 감소는 필연적으로 유소년인구는 물론 생산가능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가져오며 상대적으로 노인인구의 비중은 높아지는 인구고령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아동은 이미 1970년대부터 빠르게 감소했다.

 

노동력의 공급원인 핵심 생산가능인구(25~49세)도 이미 2008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넓은 의미의 생산가능인구인 15~64세 인구는 내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한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현재 13.5%에서 2026년에 20%, 2037년 30%, 2045년 35%, 2060년 40%로 높아져 그야말로 초고령국가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그간 인구성장에 따른 혜택(demographic bonus)은 사라지고 저출산현상의 지속에 따른 재앙적인 수준의 인구위기(demographic onus)가 나타날 전망이다.

 

한해에 수많은 초등학교가 사라지고 있으며(연합뉴스에 따르면 1982년 이래 3700여 학교가 폐교되고 향후에도 2700개 이상의 초등학교가 폐교될 전망), 고등학교 졸업생이 대학 입학 정원보다 적어져 대학 시설과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2022년부터는 병력자원이 부족해지고, 2030년대부터는 노동력 부족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노동인구의 감소는 필연적으로 소비를 위축시켜,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저출산현상은 경제성장 시대를 마감시키고 만성적인 저성장 시대로의 진입을 촉진, 개인과 가족 모두 복지수준이 심각하게 침해돼 ‘삶의 질’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의 초저출산현상은 미래의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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