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대망론’ 꽃가마 탈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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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16.06.0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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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상기/본지 주필/경기대 초빙교수/ 언론학/한국신문방송편집인클럽 고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6일 간의 방한으로 2017대선 판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하는 광폭 행보로 국민 뇌리에 각인된 것은 사실이다.
 
제주-일본-서울-경북 안동 및 경주를 오간 5박6일간 반 총장은 차기 대권주자로 존재감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종필 전 총리와의 만남. 경북 안동시 하회마을 및 경북도청 방문 등 반기문 대망론에 불을 지폈다.
 
다만 대권도전에 대한 긍정도 부정도 않는 특유의 화법으로 온갖 추측만을 남긴 채 출국했다.
 
그는 출국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방문 목적은 어떤 개인적인 목적이나 정치적 행보와는 전혀 무관하다”며 “제주 관훈클럽 비공개 간담회 내용이 과대, 확대, 증폭된 면이 없지 않다”고 다소 강한 어조로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반 총장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 많이 추측하는데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사실 제 자신이 제일 잘 아는 사람이고, 제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대권 도전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그는 “정확히 오늘로 사무총장 임기가 7개월 남았다, 마지막까지 잘 마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 할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께서 제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다”고도 했다.
 
반 총장 방한 후 실시한 2017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도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다. MBC 조사에선 반기문 31.6% 문재인 16.2% 안철수 11% 박원순 6.8% 오세훈 4% 김무성 3.4% 안희정 2.6%.
중앙일보 조사에선 반기문 28.4% 문재인 16.2% 안철수 11.9% 박원순 7.2%로 지지율이 상승했다.
 
반기문 총장의 사실상 대선 출마선언으로 2017대선 정국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여권의 나비효과는
 
#반기문 총장 퇴임 이후 제3지대에서 보수 및 중도세력 규합
 
#반 총장 중심으로 친박-비박계의 이합집산
 
#남경필 경기도자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조기 출마 여건이 조성될 수도. 야권은
 
#유력 주자인 더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 당 안철수 대표의 지지율 답보 시 ‘제3후보론’부상 가능성
 
#충청 대망론 대안으로 안희정 충남도지사, TK 후보 김부겸 의원 등의 조기 등판 가능성
 
#박원순 서울시장 더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 등 기존 후보 행보 빨라질 듯.
 
반 총장이 여권 주자로 인식되면서 여권은 대선주자 기근 현상을 단박에 날렸다. 반면 야권은 ‘풍요 속 빈곤’이다.
 
대선주자는 넘쳐나는데 반 총장을 제칠 수 있느냐 란 새로운 숙제를 안게 된 것이다. 다만 반 총장의 대선행이 새누리당에 ‘축복’일지는 장담할 수 없다.
 
여권에선 반 총장이 계파 갈등에 찌든 새누리당 대신 ‘제3지대’에서 보수 및 중도 세력을 모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가 방한 중 국민 통합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의미심장하다.
 
‘킹 메이커’인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역할도 주목 받고 있다.
 
JP의 측근 인사는  “JP는 반총장과 청와대 사이에 대선과 관련한 교감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두 사람 회동에서도 이에 대한 대화가 오갔을 수 있다”고 전했다.
 
반 총장이 잠재적 여권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보수정권 재창출 기대심리로 레임덕 방지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
 
현직 대통령과의 관계는 늘 양날의 칼이다. 반 총장도 대선 출마를 결심하더라도 박 대통령, 혹은 박 대통령을 추종하는 세력에 얹혀 여당 대선후보가 되는 그림을 그리지는 않을 것이다.
 
꽉 막힌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열어 금의환향하겠다는 게 그의 1차 목표인 것 같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국내 정치권은 정치 놀음의 판 위에서 움직이는 반기문만 바라볼지 모른다. 그러나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평가는 그보다 훨씬 넓은 세상에서 이루어진다.
 
‘유종의 미’는 남이나 대신 거두어주는 게 아니다. 대권도 누군가 보내주는 꽃가마에 올라탄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착각하게 하는 게 권력의 속성이다.
 
대선 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한 번도 끊어 말하지 않은 그가 대선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대선주자로서 확실한 각인 효과는 얻었다.
 
유엔에서 ‘본국 국내 정치하느냐’는 비난이 나올 것에 대비해서 ‘반반 화법’을 구사한 것으로 보인다.  
 
            sk1025@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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