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제3의 ‘태양의 후예’ 나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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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4.1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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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최근 이야기산업 활성화를 정점으로 끌어올린 것은 단연 드라마 ‘태양의 후예’다. 송중기, 송혜교 송송 커플이나 회당 1억 원 받는다는 김은숙 작가, 영화 잘 만들기로 이름난 제작사 NEW가 일등공신들이다.
 
급기야 3월 30일에 송중기가 연예인 사상 최초로 KBS 9시뉴스에 나오자 이야기산업은 일약 우리 사회 메인 스트림으로 올라섰다. 사이다 목소리 같이 시원한 이 신참 문화창조산업은 과연 어느 구비에서 흘러 왔고 앞으로는 또 어디까지 뻗쳐 흘러 메마른 저성장 무기력 경제를 흠뻑 적셔줄런가?
 

먼저 우리가 진작부터 희망을 걸어왔던 창조경제 핵심으로서 문화콘텐츠산업 성장경로가 드디어 한 단계 상승했음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콘텐츠산업 기본이자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는 원천자산으로서 이야기가 곧 생산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의미다.

 

콘텐츠산업은 본성이 창작, 저작권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디지털 융합으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는 유통 부문과 대등한 생산(기획, 개발, 제작) 기반 확보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특히나 한국과 같이 인터넷, 모바일 플랫폼 사용이 강력한 경우에는 오리지널리티로서 이야기 공급과 활용이 무척 아쉬웠다.

 

방송 드라마나 예능에서 일본 소설이나 만화 원작을 베끼거나 사들이던 시절이 바로 얼마 전이었고 영국, 미국 포맷 없이는 대형 쇼 프로그램을 꿈꿀 수도 없던 민망한 때도 생생하다. 그런 굴욕이 있었기에 이야기산업 논의가 자연스레 생겨났고 마침 ‘K 스토리’로 브랜드 옷을 입힌 정책과 사회적 지원이 적재적소에 스며들어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11년 대한민국스토리공모대전 우수작으로 뽑은 ‘국경없는 의사회’가 바로 이번 성공작 ‘태양의 후예’ 원작이다. 수상자 김원석 작가는 김은숙 작가와 공동으로 드라마 극본작업에 참여했다.

 

지난 2009년 시작한 대한민국스토리공모대전에는 지금까지 총 9205편이 접수됐고 수상작 117편은 출판, 방송,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품화되어 널리 사랑받아왔다. 드라마 ‘닥터 이방인’, 영화 ‘더 파이브’ 등이 사업화 지원을 받아 성공한 사례이다. 2011년 최우수상작 ‘궁극의 아이’는 현재 할리우드 메이저와 드라마 제작 협의 중이라 한다.

 

이런 성과를 보면 결국 모험심과 꾸준한 도전이 ‘K 스토리’라는 국가 전략 품목의 초반 성패를 갈랐음을 알 수 있다. 대략 2009년 즈음 문화콘텐츠산업도 한류도 중국과 경쟁, 일본시장 반발 등으로 위기를 맞았을 때 이야기산업이라는 새 의상으로 갈아입었다.

 

이후 막연하고도 어렵지만 가장 분명한 정공법으로 원천창작을 선택하고 집중한다는 판단이 아주 기가 막히게 주효했다. 여기에 K 툰으로 등극한 웹툰 콘텐츠 성공, 오로지 작곡 작사 사람의 마성으로 세계를 접수한 K-POP의 눈부신 활약에 고무된 작가, 기획자, 지망생 등 노바디 잉여 아마추어 친구들의 재능과 열정, 절실함이 보태졌다.

 

글로벌 시장 환경 또한 이야기산업을 북돋우는 쪽으로 착착 맞아떨어져갔다. 유통만 치중하던 네이버, 카카오, 넷플릭스, 아마존, 텐센트 등 신흥 미디어 강자들이 이른바 IP(저작권 등 지식재산권) 확보에 번지 점프하듯 곤두박질치며 뛰어들었다.

 

 ICT 업계에서 헌장처럼 되뇌는 C(콘텐츠)- P(플랫폼)- N(네트워크)- D(기기) 가치 시스템 첫 단추인 콘텐츠 권리, 즉 이야기와 같은 원천 자산에 세계 미디어 기업들은 전사적 총력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한국이 앞서 불 지핀 이야기산업이 전 세계에 화두를 던졌다고 할 정도로 뉴스메이커도 되고 실질적인 캐시박스로 커지려 하는 전성기 목전에 오게 되었다. 이제부터는 정말 주도권 싸움이 되고 전쟁 같은 경쟁이 벌어질 판이다. 긴장해야 한다.

 

제일 먼저 ‘태양의 후예’가 개척한 머니 코드(돈이 되는 요소)와 성공의 지문을 학습, 확산시키고 여세를 몰아가는 리듬이 중요하다. 우리 한국 사람이 가장 잘 알 수 있었던 핵심성공요인 1번은 바로 이야기의 마성적 힘이다.
 
그냥 진부한 이야기로는 안 되고 뭔가 왕창 새롭고 공간과 장면이 툭 트이고 깊숙하고 한 클립 한 클립이 잘 누빈 조각보마냥 조화롭게 이어져 유장하게 흘러가는 내레이션, 서사 구조의 승리다. 한 마디로 이야기가 이끌고 세계 최강 한국의 방송 제작진이 보인 만듦새가 창출한 고급진 콘텐츠 품질이 관건이다. 첫 단추인 이야기부터 잘 나갔기 때문에 가능한 대박이었다.
 
따라서 ‘K 스토리’ 브랜드를 크게 키우고 이야기산업을 북돋우려면 창작자, 제작사, 유통사, 투자자, 지원기관 등이 모두 뭉쳐 성공 공식을 학습하고 증폭하고 전파하고 강화시켜 나가는 데 몸을 던져야 한다.
 
영화와 드라마 협업, 극중 캐릭터에 적합한 전문적 캐스팅, 로케이션이나 세트장 등 인프라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와 지원, 언론부터 칭찬하는데 인색하지 않는 우호적 분위기, 중국, 태국 등과 문화외교나 관광산업 촉매제로 적극 활용하는 범정부적 관심과 지원 등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산업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실리를 극대화하고 시장을 개척할 줄 아는 경영관리 실력이다. 지금 프랑스 깐느 방송영상콘텐츠마켓 MIPTV에서 ‘태양의 후예’를 비롯한 우리 ‘K 스토리’ 콘텐츠 판촉이 시작됐다. 
 
물론 호응이 좋겠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단박에 극복하진 못할 터이다. 실제 우리 자신 ‘K 콘텐츠 영업력’은 소문난 약골이기 때문이다. 매번 담당자가 바뀌니 오랜 휴먼 네트워크를 요하는 국제 견본시장이 인정하는 전문가도 적고 정보도 어둡다.
 
더 좋은 조건으로 거래, 계약을 하고 후속 판매까지 꿰차는 수준 높은 비즈니스와 경영관리는 수년째 여전히 감감 무소식이다.
 
잘 만든 이야기 콘텐츠가 저절로 잘 팔릴 리는 만무하다. 태양의 후예가 대장금 이후 오랜만에 한국의 자랑 세련미를 과시했으니 이제 미디어산업 제작진들은 신바람 나게 만드는 데만 몰두하면 된다.
 
정부나 투자, 유통 쪽에서는 세계 초일류 판매 전문가, 신시장 개척자, 최정예 전담 경영관리 조직, 저작권 등 실질 문제 해결사 등을 확보하고 기르고 투입하는데 최우선적으로 신경을 쏟아야 한다.

그래야만 이제 갓 초기 태동기를 지나 전성기 하이라이트로 퀀텀 점프를 할 찰나에 선 K 스토리 새 기운을 대한민국호 신형 명품 엔진 동력으로 쓸모 있게 점화시켜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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