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편집국장 방명석
〔국장 칼럼〕
침묵과 상처의 끝에서… 고(故) 김현진 씨를 애도하며...
한 사람의 삶이 또 그렇게 스러졌다. 김현진 씨의 사망 소식은 단순한 개인의 비극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질문을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다. 그는 한때 용기를 냈던 사람이었다.
문단의 권력과 침묵의 벽 앞에서,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는 일은 결코 가벼운 선택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 용기는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진실이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였을지 모른다.
박진성 시인을 둘러싼 미투 고발은 단순한 개인 간의 갈등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얼마나 피해자의 목소리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시험하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사건은 논쟁과 진영 싸움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정작 가장 중요한 ‘한 사람의 고통’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그에게 남겨진 것은 무엇이었는가.
진실을 말한 대가로 감당해야 했던 사회적 시선,끝없이 반복되는 의심과 검증,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을 홀로 견뎌야 했던 고독 고독들 그는 살아 있는 동안 얼마나 많은 밤을 버텨냈을까.
미투는 단순한 고발이 아니다.
그것은 한 인간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말하기’이며, 동시에 사회에 보내는 구조 요청이다. 그러나 그 구조 요청에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응답해왔는지, 지금 이 죽음 앞에서 다시 돌아봐야 한다. 우리는 종종 사건의 진위를 따지는 데에만 몰두한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사람’은 사라지고, ‘논쟁’만 남는다. 그리고 그 논쟁은 결국 또 다른 침묵을 낳는다.
고(故) 김현진 씨의 죽음은 단지 안타까움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그가 겪었을 시간과 감정, 그리고 그가 마지막까지 감당해야 했던 무게를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누군가의 용기가 또 다른 절망으로 끝나지 않도록, 이 사회는 이제 달라져야 한다.
피해를 말하는 사람을 향해 먼저 의심이 아니라 경청을, 비난이 아니라 보호를 선택하는 사회, 그것이 남겨진 우리가 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일 것이다. 오늘, 우리는 한 사람을 떠나보낸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가 놓쳐버린 무언가를 마주한다. 부디, 그곳에서는 더 이상 싸우지 않아도 되기를. 부디, 그곳에서는 침묵하지 않아도 되기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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