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과거를 넘어 새로운 미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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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15.07.01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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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이한 한일관계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역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서로 상대방의 대외관계에서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는 의미에서 제로·섬 내지는 마이너스·섬의 관계에 있다. 1965년 국교정상화 이래 우호관계를 유지했던 양국은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면 쌍방이 손해를 보는 관계에 있다.
 
한일관계의 악화는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대응과 통일 정책, 지역협력구상 등 우리 정부의 대외정책 추진에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 역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외교적 마찰을 넘어 경제, 사회, 문화 분야에도 파급돼 투자와 교류를 위축시키고 있다.
 
이처럼 한일 관계가 냉각된 것은, 거시적으로 보면 양국이 한일기본조약에 기초하여 한일관계를 관리해 온 이른바 ‘1965년 체제’가 한계에 직면했음을 의미한다. 역사 문제와 영토 문제의 입장 차이를 간직한 채 안보와 경제 논리를 앞세워 체결된 기본조약은 냉전 시대를 통해 한반도의 안정과 한국의 경제 발전, 나아가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했다. 그러나 냉전 종결 후 안보 면에서 양국 간의 연대감이 약화되고, 국력 격차의 상대적 축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의 체제의 균질화, 시민단체 등의 역할 확대 및 교류 형태의 다양화 등의 구조적인 변화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에서는 외교 정책에 미치는 여론과 시민단체의 영향력이 커지고, 외교 문제가 국내정치의 쟁점이 되는 경향이 강해졌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등 사법당국이 위안부 문제와 징용피해자 보상 문제에 대해 정부와 일본 기업에 해결을 촉구하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외교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늘어났다.
 
일본 정계에서는 ‘강한 외교’를 주장하는 전후 세대의 보수 정치인들이 주류로 등장하면서 역사수정주의와 영토내셔널리즘이 힘을 얻었고, 반성과 사죄를 기본으로 하던 일본 정부의 역사인식과 태도가 바뀌었다. 일본 정치가 외교를 주도하면서 전후 일본 외교의 기조였던 정경 분리원칙도 훼손되고 있다.
 
이와 같이 한일 관계가 구조적인 전환기에 있다고 한다면, 향후 역사 문제로 갈등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중장기적인 대일 전략을 재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65년 체제’ 하에서 축적된 우호 협력의 성과를 계승·발전시키는 한편, 그 한계인 과거사 관련 신뢰 부족과 갈등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비전을 공유해 나가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지난 6월 22일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하여 서울과 도쿄에서는 양국 대사관이 주최하는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교차 참석하였다. 박 대통령은 “과거사의 짐을 내려놓고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협력하여 새로운 50년의 원년이 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아베 총리도 “양국 국민과 다음 세대를 위해 한일관계를 발전시키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두 정상이 한 목소리로 미래지향의 한일관계를 강조한 데는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번영을 위해서는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기본가치 및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공유하고 있는 한일 양국의 우호협력관계가 불가결하다는 일치된 인식이 있다.
 
정치경제체제를 공유하는 한일이 역사화해를 통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지역질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양국 모두의 이익이자,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번영을 위한 지역공공재라고 할 수 있다. 한일 양국이 지역의 안정과 평화라는 전략적 관점에서 상대방의 가치를 인정하게 될 때, 새로운 한일관계 50년의 미래비전이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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