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년 타임캡슐…보물이 다가와 말을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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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8.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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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4일까지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 전시
 

650년 동안 바다 깊은 곳에서 잠들어 있던 보물들이 세상에 공개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7월 26일부터 9월 4일까지 신안해저선에서 발견한 2만4000여 점의 대규모 유물을 전시한다.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오픈한 지 열흘 만에 2만여 명의 관람객이 찾았을 만큼 반응이 뜨겁다.

 

청자 여인 (靑磁 女人 立像) 높이 19.7cm 원(元), 신안20420
청자 여인 (靑磁 女人 立像) 높이 19.7cm 원(元), 신안20420

 

2만4000여 점 유물과 동전 28톤 등
9년 동안 엄청난 양의 문화재 발굴

 

신안해저선 발굴은 1975년 한 어부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1975년 8월 어느 날, 전남 신안군에서 조업하던 한 어부의 그물에 6점의 도자기가 걸려서 올라왔다.

 

깜짝 놀란 어부는 초등학교 교사인 동생에게 바다에서 건져 올린 도자기를 보여줬고, 도자기가 한꺼번에 6점이나 걸린 것을 심상치 않게 생각한 어부의 동생은 신안군청에 ‘청자 꽃병’ 한 점을 신고했다.

 

그 도자기는 놀랍게도 중국 원나라(1271~1368) 때 존재했던 용천요(龍泉窯)라는 가마에서 만든 청자였다. 이에 어부와 동생은 나머지 5점도 신고했다.

 

발견된 도자기는 650여 년이 지났지만 갯벌에 묻혀 있었기에 보존 상태가 양호했다. 원나라 때 도자기가 발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 그 바람에 신안 앞바다에서는 몰래 도자기를 건져 올리는 불법행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당시 문화재관리국(문화재청)은 1976년 10월 27일부터 본격적인 발굴을 시작했다. 조사 결과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는 신안해저선의 존재를 확인했으며, 이 배는 14세기 원나라 무역선으로 일본으로 가던 중 침몰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화재관리국은 1984년까지 9년여 동안 11차례에 걸쳐 배와 함께 실려 있던 각종 물품 2만4000여 점과 28톤 상당의 동전 800만 개 등 엄청난 양의 문화재를 발굴했다.

 

 

청동 박산향로(靑銅 博山香爐) 높이 18.4cm, 입지름 8.4cm, 원(元), 신안 2001
청동 박산향로(靑銅 博山香爐) 높이 18.4cm, 입지름 8.4cm, 원(元), 신안 2001

 

사실 신안해저선에서 발굴된 문화재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전시됐다. 하지만 종류별로 대표성이 있는 것들만을 골라서 공개한 명품 위주의 전시였다.

 

2만4000여 점에 이르는 발굴품 가운데 지금까지 공개된 것은 전체의 5% 정도인 1000여 점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특별전에서는 신안해저선의 모든 것을 생생히 실감할 수 있도록, 발굴된 2만4000여 점의 문화재 가운데 전시할 수 있는 유물들을 모두 모아 최초로 공개한다. 이는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의 유물을 전시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 ‘신안해저선의 문화기호 읽기’에서는 복고풍의 그릇과 차(茶), 향, 꽃꽂이 등과 관련된 물품들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당시 동아시아에서 유행한 중국적 취향과 일본 상류층이 선호했던 문화생활은 물론, 나아가 고려에 존재하던 비슷한 문화적 취향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신안해저선 발굴은 우리나라 수중고고학의 효시
14세기 동아시아의 경제적·문화적 교류 엿볼 수 있어

 

유물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이야기를 가진 것도 있다. 바로 ‘시가 있는 접시’다. 입지름16.4cm의 접시 안쪽 바닥에 붉은 나뭇잎이 새겨져 있고, 그 위에 ‘유수하태급(流水何太急), 심궁진일한(深宮盡日閑)’이라는 시가 적혀 있는 것.

 

이 시는 당나라 궁녀가 나뭇잎에 자신의 적막한 궁중생활을 시로 적어 궁 밖으로 내보낸 것인데, 마침 한 선비가 나뭇잎을 주워 간직하다 훗날 부부의 인연으로 맺어진 두 사람이 서로가 당사자임을 확인하곤 부둥켜안고 감격했다는 사연이 담겨 있다.

 

원래 두 구절씩 쓰인 접시가 한 쌍으로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이지만 해저선에서는 한 점만 발견됐다.

 

청자 주름 무늬 항아리(靑磁鎬文小壺) 높이 6.7cm, 원(元), 14세기, 신안6605
청자 주름 무늬 항아리(靑磁鎬文小壺) 높이 6.7cm, 원(元), 14세기, 신안6605

 

제2부 ‘14세기 최대의 무역선’에서는 신안해저선이 돛을 올렸던 중국 저장성의 닝보항을 중심으로 이뤄진 교역 활동이 소개돼 있다.

 

이를 통해 신안해저선에 탑승했던 선원과 승객들의 선상생활도 살펴볼 수 있다.

 

시가 있는 백자 접시(白磁銅畵陽印刻雙葉文詩銘 盤) 입지름 16.4cm, 원(元), 신안18994
시가 있는 백자 접시(白磁銅畵陽印刻雙葉文詩銘 盤) 입지름 16.4cm, 원(元), 신안18994

 

제3부 ‘보물창고가 열리다’는 신안해저선에 실렸던 ‘화물’들을 생생하게 실감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도자기, 동전, 자단목, 금속품과 향신료 등을 자세히 소개하며, 일부는 당시의 발굴 상황 등을 재현해 전시하고 있다.

 

이로써 신안해저선의 실체와 함께 중세 동아시아의 문화 교류 양상도 함께 이해할 수 있다.

 

청동 용 모양 붓걸이(靑銅 交龍裝飾 筆架) 길 이 18.7cm, 원(元), 신안23327
청동 용 모양 붓걸이(靑銅 交龍裝飾 筆架) 길 이 18.7cm, 원(元), 신안23327

 

국립중앙박물관은 “신안해저선의 발굴은 우리나라 수중고고학의 효시가 됐으며, 그 경험과 성과는 이후 수많은 수중문화재 조사의 밑바탕이 됐다”며 “발굴된 문화재들은 14세기 동아시아의 경제적, 문화적 교류 등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밝혔다.

 

이어 “바닷속에 잠겨 있다가 타임캡슐처럼 650여 년 만에 나타난 신안해저선은 우리에게 여전히 많은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며 “이번 특별전이 신안해저선 연구에 커다란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전시를 담당하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부 김영미 연구사는 “신안해저선 발굴 4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전시를 통해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모든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2만여 점이나 되는 문화재를 전시에 공개하는 일은 매우 드문 기회이니 많은 분들이 와서 감상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10월 25일부터 2017년 1월 30일까지 국립광주박물관에서 한 차례 더 열릴 예정이다.

 

사진 · 국립중앙박물관

 

문화팀=정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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